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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아이에게 내 ‘장애’가 부끄럽지 않도록… 손정훈 2014.03.20

아이에게 내 ‘장애’가 부끄럽지 않도록…

에이블뉴스, 기사작성일 : 2014-03-20 08:55:09

사람이 하는 걱정 중 90%는 본인이 이겨낼 수 있는 일에 대한 걱정이며, 5%는 과거의 일이고 나머지 5%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두고 하는 걱정이라는 말이 있다. 한 마디로 걱정과 염려란 쓸데없는 시간 낭비임을 이야기 해주는 한토막이다.

 

이런 강력한 문장이 제시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‘걱정 하는 사람’이다. 현재를 걱정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절대 내 인생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걱정한다. 사실 지금 작성 할 이 글 역시 수많은 걱정의 일환이다.

 

몇 달 전의 일이다. 주일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를 갔다. 헌데 조금 일찍 간 터라 교회 카페에 들러 차 한 잔을 마시며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. 그런데 그 때 익숙한 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.

 

“삼촌.”

 

밝은 웃음을 머금고 빠르게 내 곁으로 뛰어 왔다. 그 아이는 ‘교회 조카’ 용수였다. 용수는 어릴 적부터 내가 아주 예뻐한 녀석인데 어느새 훌쩍 커서 이젠 제법 늠름해 보이기까지 한다. 내게 반갑게 인사해 주는 용수에게 나 역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.

 

(나) “용수 안녕. 잘 지냈어? 엄마 어디 있어?”

 

(용수) (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) “저기 동생이랑 있어.”

 

(나) “아, 그래? 그런데 여긴 웬일로 왔어?”

 

(용수) “삼촌 보려고 왔어.”

 

정말 고마웠다.

 

(나) “아, 그래. 정말 고마워.”

 

이렇게 훈훈한 대화가 오가고 난 후 용수는 뭔가 하고 싶은 다른 말이 있는 듯 했다.

 

(용수) “삼촌. 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해도 돼?”

 

(나) “그럼. 얼마든지. 뭔데?”

 

(용수) “삼촌은 정확히 어디가 아픈 거야?”

 

이렇게 물어봤다. 사실 이 질문은 이 일이 있기 바로 전(前)주에 용수의 물음에 대한 내 답에서 비롯된 것이다. 전 주에도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서 뭔가 궁금한 표정을 지은 용수는 내게 이렇게 물어왔다.

 

(용수) “삼촌. 삼촌은 왜 휠체어에 앉아 있어. 왜 다른 사람들처럼 걷지 못 해? 손은 왜 그런 거야?”

 

나는 이런 질문에 처연하다. 용수 아닌 다른 조카들도 그런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. 한참 옹알이로 자기 의사 표현을 하는 친구들은 그런 질문 대신 날 뚫어져라 쳐다보며 휠체어 바퀴를 만진다. 마치 “이것 참 신기한 물건일세. 여보시오. 주인 양반. 사용법 좀 일러 주시오. 나도 좀 탑시다.”라고 하는 듯하다.

 

그리고 이내 말이 트인 조카들은 “이거 왜 그래요? 왜 타는 거예요? 어디 아파요?” 등의 질문을 중구난방(衆口難防)으로 늘어놓고는 저 멀리로 도망가서는 자기들끼리 “야. 로봇 팔 같아. 다리도 이상해.”하며 수군거린다. 이런 일이 비일비재(非一非再)한 터라 무뎌진지 오래다.

 

그런데 이상하게도 용수의 질문은 오래 기억에 남아 있더라. 왠지 모르게 내가 기분 나빠할까 봐 조심조심 사려 깊게 묻는 듯한 인상을 받아서일까? 어쨌든 난 용수의 처음 질문에 ‘아파서 그렇다’고 했다. 어린 조카에게 설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. 하나하나 세세하게 이야기 하면 이해를 못할 게 분명하고, 또 솔직히 내가 장애인이 된 이유에 대해선 의학적으로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. 즉, 내가 설명하는 것 역시도 추측성의 말 뿐이기에 만에 하나 용수가 이해한다고 해도 어린 영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서 내뱉은 말이었다.

 

어쨌든 용수는 아파서 그렇다는 내 말에 더 궁금해 졌는지 “삼촌은 정확히 어디가 아픈 거야?”라고 물었고 난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렇게 답했다. “용수야. 삼촌이 아프긴 하지만 용수가 걱정하는 것처럼 많이는 안 아파. 그냥 삼촌이 용수 사랑하듯이 용수도 사랑해 주면 돼. 알았지? 그리고 삼촌이 왜 아픈지 말해줘도 용수가 이해하기 어려울 텐데?!”라고….

 

용수와의 대화 이후 난 고민에 빠졌다. 두 가지의 고민이다. 첫째는 내가 세상의 모든 부모님을 만나 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만난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장애에 대해 설명할 때 좀 전에 내가 말했다는 것과 같이 ‘아파서 그렇다’고 한다. 그렇다면 적어도 연륜이나 지식에 따른 차이는 아니리라. 결론적으로 내가 그들보다 아이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는 건 ‘경험의 의한 이유’ 때문이다. 어떻게 하면 어린 아이들에게 좀 더 납득이 가도록 설명할 수 있을까?

 

그리고 고민의 두 번째는 첫 번째 고민의 연장선이다. 세상은 어쩌면 ‘장애=흉’의 풍조로 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. 만약 내게 반쪽이 생기고 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내 상황을 어떻게 잘 설명할 것인가? 또한 그런 설명으로 말미암아 내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혹여 아빠로 인해 놀림을 당할 때 굴하지 않고 차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. 적어도 용수에게 설명해 준 것 보다는 잘 말해줘야 할 것 아닌가?

 

물론 이런 고민은 시기상조(時機尙早)일지 모른다. 출산과 양육이 연애와 결혼보다 먼저는 아니니까… 그리고 내 인생에서 그럴 일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. 하지만 내 아이에게 ‘장애’가 부끄럽지 않도록 하는 일은 앞으로 부모가 될 수‘도’있는 내 입장에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.

 

*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.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.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, 편집국(02-792-7785)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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